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스트레스 풀 겸 담배 한 대? 흡연 후 스트레스 심해지는 악순환 초래

  • 입력일 : 2020-04-07 19:56:16
전자담배는 금연보조제 아냐 … 세상에 ‘순한 담배’,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타르나 니코틴 함량이 적은 순한담배는 몸에 덜 해롭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오히려 니코틴 보충을 위해 더 강하게, 더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게 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추가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5일 충북 청원군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영국 방역기구는 중국 논문을 인용해 현재 흡연 또는 과거 흡연 모두 합쳐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중증 이상으로 발전할 확률이 14배 높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흡연자가 금연을 시도하지만 실패를 반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유해성을 잘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흡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1. 흡연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많은 흡연자가 흡연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믿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다. 흡연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한다. 흡연 시 니코틴은 7초 이내에 뇌에 도달해 쾌감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한다. 들이마시고 내뱉는 순간 만족감·쾌감을 느끼고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효과는 이내 사라지고 체내 니코틴이 감소하면 금단증상으로 불안·스트레스가 더 심해져 다시 담배를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은진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도파민 활성화에 따른 스트레스 해소 심리는 20~40분 동안만 지속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니코틴을 더욱 보충하기 위한 재흡연 욕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즉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내성이 생겨 흡연량은 늘어나게 되고 정신·신체적 의존을 유발해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는 국내 성인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비교 연구한 결과 흡연자는 스트레스 인지 정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1.9배 이상 높고, 2주 이상의 지속된 우울 상태와 자살 생각도 각각 1.7배, 2.0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담배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흡연이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살을 빼기 위에 흡연을 한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니코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작용을 한다. 흡연이 몸에 스트레스를 주고 체내 잉여 열량의 분해를 촉진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그런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다. 다만 흡연과 체중 감소 간 비례관계를  입증한 통계적 근거는 박약하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체중 증가를 비교하는 여러 연구에서도 흡연자의 체중 증가 폭이 더 작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자해적’ 논리도 모순이다. 

3. 금연하면 살이 찐다?

반대로 금연하면 살이 찐다는 속설도 있다. 실제로 흡연을 멈추면 체중이 증가할까봐 두려워 금연을 망설이기도 한다. 니코틴은 실제 살 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금연하면 흡연할 때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되므로 몸무게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체중 증가의 주요 원인은 금연이 아닌 금단증상을 줄이기 위해 섭취하는 껌, 사탕, 과자, 초콜릿 등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금연을 하면 평균 2~3kg 정도 체중이 늘어나는데, 한 달 정도 지나면 금단증상 때문에 단 것을 탐욕하는 성향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운동 능력도 향상돼 금연 뒤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금연하면 자연스럽게 입이 허전해지고 공복감이 느껴져 칼로리가 높고 단맛 나는 군것질로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며 “커피보다는 물이나 열량이 적은 무가당 음료를 섭취하거나 양치질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흡연’이라는 습관을 끊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4. 나이 들어서 금연해 봐야 별 효과 없다?

많은 흡연자가 ‘늙으면 금연해도 아무 효과가 없다’고 변명하곤 한다. 흡연 기간이 길었던 탓에 뒤늦게 금연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흡연자가 많다. 장기간 담배를 많이 피워 왔던 사람이 폐암이나 심근경색증에 걸릴 확률을 비흡연자와 같은 정도로 낮추려면 15년이 걸린다. 흡연을 중단해도 5~10년 동안은 여전히 뇌졸중 위험이 높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45~54세 사이의 나이에 사망할 확률도 3배나 높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흡연을 중단하면 65세 이상 살 확률이 확실히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 남성 폐암의 90%는 흡연에 의한 것이며, 흡연은 방광암, 췌장암, 인·후두암, 자궁경부암, 식도암 등 각종 암의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금연을 하고 10년만 지나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0% 이하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비흡연 남성이 암으로 사망할 위험도보다 흡연 남성이 암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폐암이 4.6배, 후두암이 6.5배, 식도암이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 금연, 의지의 문제다?

금연은 많은 이들이 매년 새해 목표로 삼는 것 중 하나지만 성공한 사례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번번이 금연에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 의지가 너무 약한 게 아닐까 자책하게 된다. 니코틴중독의 강도는 마약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지만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정상이다. 여러 번 금연에 실패했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보는 게 권장된다.  금연 상담을 받을 경우 금연 성공률은 두 배 이상 높아지며 금연보조제나 약물을 함께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중독성 질환”이라며 “본인 의지만으로 금연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부터 금연 약물치료에 건강보험이 지원되면서 흡연자는 누구나 보건소를 비롯한 병의원에서 의료비 부담 없이 금연 전문 의료진에게 약물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6. 순한 담배는 덜 해롭다?

‘라이트’, ‘마일드’ 같은 이름을 가진 순한 담배는 건강을 덜 해칠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이들 제품은 발암물질인 타르나 중독성을 가진 니코틴 함량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순한담배를 피우게 되면 니코틴 보충을 위해 더 강하게, 더 깊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게 된다.

박하향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연기를 더 깊이 빨아들이고 오래 폐 속에 품고 있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이들이 더 많은 흡연 관련 질환(폐암, 심장병, 뇌졸중 등)에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타르가 적은 담배가 판매돼도 연간 폐암 사망률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전자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 포름알데히드 등 특정 발암물질이 기화를 통해 최대 19배 함량이 높아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7.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인구가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월 정부가 강력한 사용중단 권고를 내렸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폐 손상과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이라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청소년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연에 지친 흡연자는 조금이라도 몸에 덜 해로운 담배를 찾아 가열담배, 전자담배 등 대안으로 내세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똑같은 담배다. 만약 금단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일반담배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전자담배를 고려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발표된 실험논문에 따르면, 일반담배 노출세포에 비해 전자담배에 노출된 호흡기 상피세포에서 유전자 변형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로 전자담배가 인체에 어떤 작용을 미칠지는 다양한 연구와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지켜봐야겠지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들어 있는 액체를 기화해 흡입할 수 있도록 만든 기기다.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는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강했다. 일반 담배는 불을 붙이면 유해물질이 발생하지만 전자담배는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라 이 같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액상형은 단기적으로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울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간 태우는 흡연 습관 상 건강에 나쁜 것은 변함없다. 액상형 담배의 급성 폐질환 최종 조사결과와 장기적인 건강 영향은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많은 전문가는 전자담배 회사가 주장하는 금연보조제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전자담배의 안전성과 유해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가향담배가 향 중독성이 강해 일반 담배보다 더 위험하고 끊기도 훨씬 어렵다고 경고한다. 전자담배도 금연 대체재로 고려되기는 어렵다. 
  • 김신혜 기자 vitamin@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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