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재발견

오뎅과 어묵은 다른 음식이에요 … 오뎅은 꼬치류음식, 가마보코는 일본산 어묵

  • 입력일 2015-08-24 10:08:16
  • l 수정일 2015-08-31 10:39:48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여와 … 도미·대구·조기 들어가면 최상품, 생선살 함유율 높아야 제맛에 건강까지
어묵을 고를 때는 제조공정이 위생적인지 확인해야 하며,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마크가 찍힌 제품은 그나마 안심해도 좋다.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길거리음식의 유혹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배는 적당히 부르지만 입이 심심할 때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길거리음식은 별미다. 떡볶이, 튀김, 핫도그 등과 함께 어묵은 대표적인 길거리음식이다. 오뎅이란 이름으로 주로 불렸지만 일제의 잔재로 밝혀지면서 어묵으로 바뀌었다.

오뎅은 ‘덴가쿠’의 첫 글자에 접두사 오(お)가 붙은 말이다. 덴가쿠는 두 가지의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일본 무로마치 시대 모내기철에 행하던 놀이의 하나로 죽마를 타고 그 위에서 추던 춤이며, 다른 하나는 꼬챙이에 끼운 두부를 된장에 발라 구운 두부된장구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뎅에 쓰이는 덴카구는 후자로부터 왔다.

오뎅은 꼬치에 꿰어 굽거나 끓인 요리를 통칭한다. 한국어로는 꼬치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다. 하지만 모든 어묵을 꼬치에 넣지도 않기 때문에 오뎅, 어묵, 꼬치 등이 같은 말이라는 것은 틀리다. 어묵은 생선을 갈아서 튀긴 음식재료이며, 오뎅(꼬치)은 어묵을 포함해 모든 음식재료를 꼬챙이에 끼워 조리한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어묵을 ‘가마보코(かまぼこ)’라 부른다. 국내에는 18세기 역관 이표가 쓴 요리책 ‘소문사설’에 가마보곶(可麻甫串)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당시 가마보곶의 제작법은 지금의 어묵과 다르다. 게다가 어묵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1719년 숙종 45년에 지어진 ‘진연의궤’에는 ‘생선숙편’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를 한국식 어묵으로 보기도 한다. 생선숙편의 재료는 대생선 3미, 간장 3홉, 녹말 1되 5홉, 참기름 3홉, 잣 5작 등이다. 조리법은 나오지 않지만 생선 으깬 것에 녹말, 참기름, 간장 등을 넣고 차지게 섞어 틀에 넣어 쪄낸 다음 편으로 썰어 잣가루를 넣은 간장에 찍어먹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초창기 국내에 유통된 어묵은 일본에서 들여온 완제품이었다. 이후 일본인 기술자에 의해 국내에서 만들어지다가 한국인에게 전수됐다. 일제시대 어묵집은 상당히 성업했다. 당시 소설이나 신문기사에는 어묵이 자주 등장한다. 1938년 2월 5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선술부터 시작해 오뎅빠까지 골고루 마셨다’는 글이 나온다. 어묵은 당시에도 네모난 모양이었다.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어묵공장은 부산 부평동시장에 세워진 동광식품이다. 1924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의 시장’이란 책에 ‘부산 부평동시장에서 쌀, 어묵, 채소, 청과물 등이 주종을 이뤘다’고 적혀있다. 당시 부평동시장은 국내 어묵산업을 이끄는 메카였다. 

이후 1953년 일본에서 어묵 제조기술을 배워 온 박재덕 씨가 부산 영도 봉래시장 입구에 삼진어묵을 설립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어묵공장으로 아직도 부산어묵을 대표하는 곳으로 이름이 높다. 때마침 한국전쟁으로 피란민이 대거 부산으로 유입되자 어묵산업은 호황을 맞았다. 동광식품과 삼진어묵의 공장장 출신이 합작해 부산 영주동시장에 지은 환공어묵을 비롯해 미도, 대원, 영진 등 공장이 대거 생겨나며 어묵 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1985년 대기업인 삼호F&G가 어묵 업계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은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은 CJ제일제당, 사조대림, 동원F&B, 풀무원 등이 전체 시장의 약 80.0%를 점유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39.8%의 점유율로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조대림 29.1%, 동원F&B 8.1%, 풀무원 3.0%의 순이다. 이중 CJ, 사조, 풀무원 등 3개사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전년 대비 각각 1.0%, 0.9%, 0.6% 포인트 높아진 반면에 동원F&B만 유일하게 0.4%p 하락했다.

어묵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식이지만 아직도 위생적인 면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묵의 주재료인 ‘생선살’은 재료의 특성상 부패하기 쉬워 방부제 사용이 당연시된다.

어묵을 고를 때는 제조공정이 위생적인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마크가 찍힌 제품은 그나마 안심해도 좋다. 생선살 함량은 높을수록 좋다. 최소한 60%가 넘어야 어묵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밀가루나 전분 함량이 많다. 첨가물 표기 항목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각종 화학조미료 등을 피하는 게 좋다.

어묵은 재료가 생선인 데다가 기름을 사용해 산화되기 쉽다. 구입 후 냉장보관은 필수이며,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고 빨리 먹는 게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묵을 10도 미만에서 냉장 보관하고 기간을 8일 이상 넘기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바로 먹지 않을 거라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한 만큼 냉장 해동해 조리해야 한다.

첨가물이 함유되지 않은 어묵은 바로 손질해 재료로 사용되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 제품이 첨가물을 함유해 뜨거운 물을 붓거나 데쳐 사용하면 첨가물의 70% 이상은 걸러낼 수 있다.

어묵의 재료는 갈치, 조기, 노가리 등 국내산 어육과 수입육인 실꼬리돔을 섞어 쓴다. 도미, 대구, 조기 등이 들어간 어묵을 최상품으로 친다. 최근에는 조기가 풍어라 넉넉히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수제 어묵집 중에서는 생선살 이외에 전분 등을 넣지 않고 순수 어육으로만 만든 어묵을 팔기도 한다.
  • 정종우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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